전통적인 벤처캐피탈의 비즈니스모델은 조합을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 (General Partner)이 소수의 출자자 (Limited Partners)를 모집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한 후, 5~10년의 기간 내에 수익을 실현하여 출자자들에게 돌려주고 성공보수를 받는 모델입니다.
1. 조합의 구성 1: 출자자 또는 유한책임사원 (Limited Partners)
출자자란, 조합에 일정금액을 출자하여 유한책임사원이 된 자를 말합니다. 조합원은 조합의 일상적인 운용을 담당하며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무한책임사원 (General Partner, GP)과 출자금액만큼의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GP가 될 창업투사회사 혹은 사모펀드회사가 LP들을 상대로 조합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조합의 설립취지와 투자전략에 동의하는 출자자들이 출자를 함으로써 조합이 설립되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자본시장통합에 관한 법률에 따라 49인 이하의 사원들로 조합을 구성하게 됩니다.)
주요출자자들로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의 연기금, 정부의 정책금융, 일반대기업, 은행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 말하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고객들로, 이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조합을 설립하여 자금을 관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조합들은 주로 모태펀드 (중소기업청 등 정부의 정책자금을 모아서 펀드에 출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국민연금 등 정부자금과 연기금들을 주요출자자로 조성한 조합이 많습니다. 2009년 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기금이 51.5%, 금융기관 17.4%, 창투사 17.2%로 정부와 연기금이 가장 큰 출자자입니다.
정부자금 등이 출자한 펀드에서는 리스크관리, 준법감시장치 등 펀드운용 상 지켜야할 프로세스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도덕적해이방지”와 “원칙에 맞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결정해야 할 때에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초기기업에 대한 위험투자를 집행해야하는 벤처투자자로서의 의무와, 조합의 수익률에 신경을 써야하고, 감사 등의 행정적인 조치사항들에 대해 대비해야 하는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의무 사이에 미묘한 충돌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제 겨우 창업자 2명이 모여서 그림 몇 개 그려놓은 자료만 믿고 조합의 자금을 투자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로부터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 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무거운 짐을 안고 가는 것이지요. 정말 큰 용기와 열정과 신념이 없이는 투자의사결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선량한 관리자의 문제”)
보통의 경우, 이 정도 단계의 회사는 엔젤투자자들에게 맡겨두지요.
또는, 조합을 결성해 놓고도, 원래 출자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운용을 게을리 하거나, 최소한의 수익율 (Hurdle rate 이라고 합니다.)을 맞추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수도 있습니다. 창업투자회사의 주요수입원이 운용수수료이기 때문에, 결성만 해 놓고 투자를 하지 않거나, 또는 반대로 투자집행금액을 맞추기 위해 기간내에 서둘러 집행해 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는 출자자와 집행인 사이의 미묘한 이해상충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대리인문제”)
2. 조합의 구성2: 업무집행사원 (General Partner)
조합을 실제 운용하는 회사는 대부분 창업투자회사입니다. (창업투자회사 외에도 창업투자조합의 업무집행사원이 될 수 있는 자격도 있습니다.) 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하려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자본금 50억원과 2인 이상의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창업투자회사에게는 자본비용, 심사역들과 펀드매니저, 관리비용 등 높은 영업비용이 발생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는 곧, 펀드규모가 일정규모 이상이 되어야 펀드결성의 경제적 이유가 생긴다는 결론입니다. 예를 들면, 파트너가 4명 정도인 벤처캐피탈 회사의 경우, 연간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기타 비용등을 커버하기 위해 1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최소 4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해야 손익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비단 경제적인 이유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법규에서도 강제하고 있는 부분인데, 창업투자조합(중소기업창업지원법 상 조성되는 창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벤처기업지원특별법 상 조성되는 창업투자조합)은 최소 설정규모 30억 원 이상, 1좌당 최소출자금액 1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의 경우, 1좌당 최소출자금액인 법인은 20억 원, 개인은 10억 원입니다.
따라서, 경제적, 법적 사항을 고려한다면 초기기업 투자에 적절한 소규모조합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큰 규모의 조합을 운용하고 있는 창업투자회사의 경우에는 소규모의 초기기업펀드를 쉽게 설립이 가능하지만, 역시 회사의 포커스와 운용전략과 상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400억원 규모의 펀드인 경우 한 회사당 10~20억원을 투자하여 20개 내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됩니다. 한 펀드에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수가 너무 작으면 (즉, 한 기업당 투자금액을 늘리면) 충분히 분산투자가 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수익율의 변동성이 커지게 됩니다. 반대로, 한 펀드에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의 수가 너무 많으면 (즉, 한 기업당 투자하는 금액을 줄이면) 관리해야하는 비용 (시간과 노력,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으로부터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창업투자조합의 일반적인 포트폴리오의 수는 10개~30개가 일반적입니다.
위의 산식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웹게임, 모바일 앱 등의 초기기업에 소액투자를 하려면, 한 회사당 2-3억 원 이내로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적절한 펀드의 규모는 30억 ~ 50억 원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조합결성의 경우는 연간 1억원 정도의 낮은 운용수수료 때문에 실제 결성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또, 1차례 이상의 투자심의위원회, 정밀실사, 리스크관리 등의 이유로 매출과 자산이 없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특별한 열정과 투자전략 없이는 집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선량한 관리자의 문제, 관리비용의 문제)
조합의 구성3: 수수료체계
조합결성 후 통상 5년~10년의 기간동안 펀드를 운용하면서, 벤처캐피탈 회사는 연간 2%~2.5%의 관리수수료를 받습니다. 즉, 펀드규모가 100억원이고, 관리수수료율이 2.5%인 펀드라면 이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 회사는 연간 2.5억원의 관리수수료가 수입으로 잡히게 됩니다. 더 상세히는 관리수수료의 산정은 결성금액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투자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은 조합운영 기간 중 투자기간까지는 결성금액을 기준으로 관리수수료를 산정하고, 투자기간 후에는 실제로 투자집행된 금액을 기준으로 관리수수료를 산정합니다.
최근에는 미투자된 금액에 대해서는 “일한 돈”이 아니므로, 관리수수료를 지급 필요가 없다는 논의도 있어서, 일부에서는 “투자금액”에 대해서만 관리수수료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년 지급하는 관리수수료와는 별도로, 성과보수 (Carried Interes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펀드의 운용성과가 일정수익율 이상 (Hurdle rate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 업무집행조합원인 창업투자회사가 성과보수로 받습니다. 보통 Hurdle rate 는 8% 안팎 (은행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여 설정)이며, 성과보수는 20%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현재 벤처캐피탈의 문제점
투자단계의 문제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성장단계별 투자추이를 보면, 초기 및 중기단계의 투자를 축소하고 후기단계의 투자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후기단계란, Pre-IPO 혹은 이에 준하는 단계의 회사를 말합니다.)
벤처캐피탈들이 성장이 둔화되어 가는 벤처시장에서 수익율을 내기위해서는 후기에 집중하여 상장 등을 통한 수익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형태는 몇 가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첫째로, 향후 딜플로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다 보면, 향후 성장이 기대되지만 투자유치실패로 인해 중도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납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벤처캐피탈도 중기-후기로 이어지는 투자건수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내가 던진 부메랑이 되돌아와 뒤통수를 치는 격이지요.
둘째로, 사모펀드 등 윗단계의 투자자들과 시장의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상장회사 혹은 비교적 규모가 있는 비상장회사들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투자은행들과 투자경쟁을 하게 됩니다. 이는 서로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데, 투자자들은 투자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수익율이 저조할 수 있고, 각 단계별 투자전략 및 투자철학의 차이로 인한 투자자간 의견불일치가 회사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초기-중기-후기로 이어지는 각 단계별 전문투자자들의 감소로 인해 중간단계에서의 인수합병 건수 감소 등 Exit market 이 축소되므로, 더욱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시장전체로 보면, 각 단계별 투자포트폴리오의 적절한 안분이 벤처캐피탈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 매우 필요합니다.
(요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회수전략의 부재
벤처캐피탈이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장” 혹은 “기업공개 (IPO)”를 통해 기업을 공개한 후, 시장에서 매각하여 회수하는 방법과, 인수합병 (“M&A”)을 통하여 매각차익을 얻는 방법입니다. 그 외에도 상환 등의 방법도 있지만, 큰 수익을 내는 주요한 회수방법이 아니므로 여기서는 고려할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회수가 약 80%를 차지하고, 20% 정도가 IPO를 통한 회수인데 비해, 한국은 IPO를 통한 회수가 약 90%로 기업공개가 거의 유일한 회수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위에서 말한 후기기업에 집중투자함으로써 발생한 기형적인 현상이거나, 혹은, 투자하는 단계부터 기업공개 이외의 회수수단이 어려운 환경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회수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시장환경에서는 초기기업에 투자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Mobile Software, Social Game, Internet Service 등의 새로운 산업에는 왜 전통적인 벤처투자모델이 효율적이지 못 한가?
모바일, 소셜게임, 인터넷서비스 등은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고, 1인에서 수명의 작은 인원으로 창업 및 제품론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기투자비용이 수천만원 ~ 수억원으로 작습니다. 이는 통상의 벤처캐피탈의 회사당 평균투자금액인 10억 ~ 30억에 비해 매우 작은 금액으로, 높은 오버헤드코스트를 가져가는 벤처캐피탈의 투자프로세스에서는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Series A의 경우)
또, 까다로운 투자조건과 Valuation, 투자심의위원회의 통과규정 등 높은 Barrier와 1-3개월 정도 걸리는 투심과정을 통과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에서 제품론칭까지 수개월 내로 해결해야 하는 광속의 인터넷기업에게는 너무 비싼 기회비용입니다. 앞서 말한 선량한 관리자의 문제, 대리인문제, 운용수수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모델의 문제, 관리비용의 문제 등 전통적인 벤처캐피탈 모델에서는 이러한 초기기업에 대한 소액투자가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1. 수천만원 ~ 수억원 대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 연기금을 설득하면서 50억 원~ 100억 원의 조합을 결성하기에는 오버헤드코스트가 많이 듭니다.
2. 소규모조합을 결성해도 2.5%의 운용수수료는 창업투자회사를 운영하기에 작은 금액입니다.
3. 현재의 의사결정프로세스와 높은 수준의 관리감독비용은 소규모 투자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4. M&A 를 통한 회수가 극히 드문 편입니다. (회수전략의 부재)
솔루션은 없는 걸까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새로운 벤처캐피탈모델을 기다립니다.